미 중부의 백인들은 이번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트럼프를 다시 한번 선택했을까요? 실력과 노력에 따라 지위와 금전적 보상이 돌아가는 '능력주의'는 과연 정당할까요?
이번에 소개하는 '엘리트 세습 (The Meritocracy Trap)'은 별 상관없어 보이는 두 질문에 대한 신선한 연결 고리를 던져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능력주의'의 이상이 어떻게 부유한 엘리트들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는지, 그러면서도 엘리트와 중산층 모두에게 파괴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능력주의는 본래 개개인의 노력과 실력에 따른 공정한 보상을 목표로 했지만, 실상은 상위 계층이 자신들의 지위를 세습하고, 중산층과 하위 계층이 이 사다리에서 밀려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능력주의의 덫에 빠진 엘리트 계층은 자녀 교육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그들만의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냅니다. 중산층 자녀들은 교육의 불평등한 기회로 인해 경쟁에서 밀려나고, 성인이 되어서도 직장에서 엘리트에게 압도당합니다. 이와 같은 구조는 중산층을 소외시키고 엘리트에게는 과도한 경쟁과 스트레스를 강요하여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법무법인이나 투자은행에 들어간 미국 엘리트들은 극도로 긴 노동 시간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구조에서는 엘리트들도 과도한 경쟁과 긴장 속에서 살아가며,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어렵습니다.
능력주의는 또한 사회 전반의 직업 구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기술 혁신과 고숙련 일자리의 증가로 인해, 중간 숙련 일자리는 사라지거나 엘리트 근로자에게 집중됩니다. 이에 따라 중산층의 일자리 기회는 축소되고, 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심화됩니다. 이 과정에서 중산층은 저임금 서비스업에 몰리거나 과도한 대출에 의존하게 됩니다.
능력주의는 엘리트가 자녀들에게 교육을 통해 ‘능력’을 상속하며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이는 부유층이 특권을 누리면서도 그 특권이 공정하다고 주장하게 만듭니다.
중산층은 엘리트들이 부와 특권을 독점하고, 그들이 속한 일류 교육 기관이나 기업이 비정상적인 가치관을 강화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다문화적 배경의 엘리트가 성공하는 모습은 일부 계층에게 불만을 일으키며, 이러한 적대감이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포퓰리즘적 지도자의 인기를 설명하는 배경이 됩니다.
저자는 이러한 능력주의적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엘리트 교육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중간 숙련 근로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명문대의 입학 정원을 늘리고 저소득층 학생 비율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고, 의료와 법률 서비스에서 중간 숙련도 종사자의 역할을 확대하거나, 금융 부문에서 복잡한 금융공학을 제한하는 정책을 통해 상위층에 집중된 일자리를 재분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어제 '수능'이 있었습니다. '정의'와 '공정'을 화두로 삼았던 우리 사회도 '능력주의'에 대해 진지하게 한번 고민해 볼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