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거둔 놀라운 과학적 성취의 이면에는 지식 탐구, 데이터 수집이라는 미명하에 저질러진 과학자들의 악행과 범죄도 감춰져 있습니다.
이 책은 세상을 흔들었던 과학범죄 사건들을 조명하며 성공에 대한 집착과 야망때문에 과학자와 의사들이 어떻게 지식탐구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어가는지 보여줍니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 중 몇가지만 언급해보겠습니다.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활발했던 대서양 횡단 노예 무역은 항해중 노예로 잡힌 사람 절반이 사망할 정도로 끔찍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프리카나 아메리카로 거나 수집한 표본을 가져오기 위해 노예무역선을 이용했습니다. 노예제도를 반대했던 헨리 스미스먼은 과학연구를 위해 신념에 반해 노예선을 이용했고 자신의 흰개미집 연구 비용을 마련하고자 직접 노예무역에 뛰어들기도 합니다.
근대 해부학에 많은 업적을 남긴 존 헌터는 해부용 시신을 확보하기 위해 시신도굴꾼과 거래하기도 했는데, 자신의 저택에 비밀 전용 통로를 둘 정도였습니다. 오로지 연구성과에만 집착했던 그의 엽기적 이중 행각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습니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교류전기의 위험성을 부각시켜 라이벌 ‘테슬라’를 이기기 위해 동물을 전기로 고문하는 걸 후원했고, 사형집행 전기의자 제작을 조언했다가 미국 사법 역사상 가장 섬뜩한 죽음을 시연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무분별한 경쟁심을 자제하고 테슬라 방식을 따랐다면 오히려 전력시장을 장악했을 거라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책의 원제목이 되기도 한 신경정신과의사 월터 프리먼의 뇌엽 절개술은 환자의 안구를 통해 얼음 송곳을 찔러넣어 환자들의 뇌를 헤집는 엽기적 수술방법입니다. 정신질환자 치료에 탁월하다는 소문과 달리 부작용이 심했던 그의 시술법은 비록 그에게 노벨상을 안겼지만, 명성만을 쫓은 채 환자의 안전을 무시한 그의 수술은 수많은 억울한 희생자들을 만들었습니다.
과학의 잔혹한 역사를 되돌아보며,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과학과 의학분야에서 많은 연구개발이 이뤄지는 현실을 봅니다. 모든 행위가 ‘과학적 호기심’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 만큼 연구개발의 과정과 결과는 가치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과학기술의 성과를 평가할 때 ‘윤리’와 ‘거버넌스’의 잣대도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책입니다. |